느리게 사는 즐거움

by SL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무엇인가를 위해 정신없이 달려가는 바쁜 현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조용히 얘기하는 책이다. 일반적인 수필 형식은 아니고, 저자가 제안하는 소박하고 여유롭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을 그냥 나열하고 있다. 이제는 다소 식상한 내용도 있고 또 뒤로 갈수록 비슷한 말이 반복되어 참신함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다 보면 잊고 지내던 소중한 것들이 떠오르면서 앞으로 보다 충만한 삶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용 중 인상깊었던 몇 가지만 옮겨본다.

너무 자주는 말고, 아주 가끔씩은 평소에 먹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던 음식을 스스로에게 한 턱 내듯 사먹어 보자. (중략) 그것은 그 동안 그 모든 건강 식품들을 규칙적으로 먹고 그토록 근면하게 일해온 우리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그렇다. 너무 열심히 생산적으로만 살려고 하면 금방 지치고 만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방탕함을 선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계획을 세울 때 “순전히 낭비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해둔다.

뭔가를 사는 일을 두고 심사숙고할 때면, 그것을 사기 위해 당신이 몇 시간이나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아라. 과연 그 물건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가끔씩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지름신의 부름에 순종할 때가 있는데, 소비에서 스스로의 의미를 찾는 사람을 소비형 인간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지금껏 소비의 가치를 그를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으로 환산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다음에 또 지름신이 나를 찾으면 그때는 위의 기준에 따라 영접 여부를 고민해봐야겠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우리의 걱정거리의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우리의 걱정거리의 22%는 사소한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우리의 걱정거리의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걱정거리의 고작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들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의 96%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을 고민하는 데 낭비하는 에너지를 보다 긍정적인 곳에 활용한다면 보다 행복해지고 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를 추가한다면, ‘내일 보는 시험 공부 해야하는데..’ 라면서도, 그날따라 재미있게 느껴지는 시사토론 프로그램 때문에 자정이 넘도록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하는 불안한 근심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비오는 날 창문을 열어놓고 소파에 앉아 낮잠을 즐겨 보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것은 대단히 쾌적하고 편안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미 즐기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이유를 댈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당신의 행동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대지 말고 필요하면 한밤중에라도 저녁식사를 해라.

맞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결정을 합리화 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색다른 즐거움은 시간은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라며 매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믿었다는 류비셰프의 인생관과 저자의 인생관을 비교해보는 것이었다. “인생을 즐겨라”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철저하게 활용하라”는 두 사람의 생각은 얼핏 극단적인 대립같기도 하지만 쓰잘데기 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인생을 알차게 누리려고 한다는 측면에서는 많이 닮아있기도 하다.

제목에 대하여

원제 “Don’t Hurry, Be Happy”는 유명한 노래 제목 “Don’t Worry, Be Happy”에서 단어 하나를 바꿔친 것인데, 책 내용에 잘 어울리는 센스있는 작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우리말로 옮기려고 하면 좀 막막하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은 원제의 틀에 갇히지 않고 무난하게 의미를 살린 번역이라고 보지만, 한편으로는 원제에서 느껴지던 재기발랄함이 사라져버린 감도 없지 않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