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글 바로쓰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by SL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카메라는 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졸업식 같이 특별한 날에나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부터 취미를 ‘사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그냥 사진이 찍히기만 하면 그만이었던 카메라 뿐 아니라 사진 그 자체에 대한 관심도 늘어갔다. 대형 서점의 진열대 잘 보이는 곳에 사진 잘 찍는 법이나 보정 기법에 관한 책들이 놓여있는 것을 보면 그런 변화가 느껴진다. 디카의 보급이 한때 예술가(?)들이나 한다고 생각했던 사진이라는 장르를 대중화시킨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블로그라는 매체의 확산은 ‘글쓰기’라는 작업의 대중화를 불러왔다. 보통 어떤 일을 자신이 직접 해보기 전에는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알기 어렵다. 남들이 심혈을 기울여 쓰고 교정까지 끝난 글만을 읽던 사람이 직접 글을 써보려고 나선 뒤에야 읽기 쉽고 알찬 글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글을 잘 쓰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거나 글쓰기 연습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꼭 블로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요즘 서점에 가면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책이 예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것을 느낀다.

우리글 바로쓰기 1

내가 글을 쓰면서 스스로 느끼는 부족함을 대려면 끝도 없겠지만 특히나 사무치는 것이 바로 번역투다. 영어나 일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어설프게 배운 외국어와 그 번역에 익숙해진 탓에 우리말로 쓴 글에서도 번역투의 어색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점을 고쳐보려고 얼마 전부터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3권까지 있는데, 1권은 무려 16년이나 전인 1992년에 나왔다. 1권을 보면 3장까지는 중국, 일본, 서양의 말이 슬그머니 우리 말 속으로 들어와서 자리잡은 경우들을 보여주며 어떻게 고쳐쓰는 것이 옳은지를 얘기한다. (뒷부분은 아직 읽지 못했다…)

분명 언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것이다. 나 역시 한자니까, 일본말이니까, 번역투니까 무조건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무작정 ‘원래 말이란 바뀌는 거야’ 또는 ‘다 그 시대의 문화나 사상을 반영하는 거야’ 라면서 우리 말 바로쓰기에 관심조차 갖지 않는 태도 또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게 다 번역투였구나’ 라거나 ‘오, 이렇게 고쳐쓰는 게 훨씬 낫겠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인 게 몇 번인지 모른다. 물론 이 책을 본다고 당장 읽기 쉬운 글을,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분명 읽기 전보다는 보다 우리말답고 쉬운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