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프레임워크

by seunglee

새로운 내용을 접했을 때 이를 이해하는 방식을 제 맘대로 두 가지로 분류해 봅니다. 첫 번째는 설명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들어가서 그의 프레임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청자가 아닌 화자의 언어로 용어를 정의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당연히 그 반대의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현재 나의 지식 체계를 기준으로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방식의 장점은 보다 쉽게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설명하려는 사람은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나 표현을 이용할 테니까요. 그 대신 충분한 비판적 지식 소화 과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즉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 번째 방식을 너무 심하게 적용하면 처음부터 귀를 반쪽만 여는 꼴이라서 내용을 엉뚱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할 위험이 있습니다. 잘못하면 ‘이해력이 달리는 사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고요.

뭐든 금방 이해하는 사람은 머리가 좋고 스마트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첫 번째 방식을 애용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낍니다. 속도가 워낙 강조되는 세상이라 어쩌면 그게 더 효율적인 전략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로버트 치알디니가 『설득의 심리학』 서두에서 예로 드는 칠면조의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특히나 이런 맹점을 이용해먹는 사람들에게 말린다고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수능 언어 영역 문제에 비판적 사고 유형이 있습니다. 그치만 그렇게 열심히 유형 분석하며 공부해놓고도 정작 진짜 글을 읽고 생활을 할 때에는 그 수련의 성과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하면 의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보며 ‘진짜 그런가? 에이~ 이런 경우에는 안 맞는 것 같은데?’ 라고 스스로 비판해보는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 단계를 피해서 양적으로만 부풀린 지식의 탑은 작은 공격에도 쉽게 허물어지고 맙니다.

절대적인 이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겠지만, 그런 것을 타고나지 못한 저에게는 이해하는 과정 또한 열심히 공부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른바 “이해의 프레임워크”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