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은 없다 – 데이비드 크렌쇼

by seunglee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멀티태스킹을 습득하려고 애쓰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멀티태스킹이란 미신에 불과하며, 흔히 멀티태스킹이라고 불리는 방식은 작업 효율을 극단적으로 떨어뜨릴 뿐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썩 합당하게 들리거든요. 왜 그런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봅시다.

1. 거짓말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란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용어를 만들어낸 컴퓨터에 있어서도 이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죠. 한순간에는 하나의 일만 하되 그 순간을 매우 매우 짧게 만들면 (가령 0.0001초?) 밖에서 보기에는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죠? 그게 바로 시분할(time sharing)이라는 컴퓨터 멀티태스킹의 원리입니다. (병렬 컴퓨팅은 예외라는 말을 꼭 적어놔야 할 것 같군요 :)

컴퓨터에서는 이것도 매우 멋진 일입니다. 어차피 놀고 있는 프로세서, 일을 많이 시켜서 최대한 뽑아 먹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2. 사람과 컴퓨터의 차이

그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일로 넘어가는(이걸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이라고 부릅니다) 비용이 적어야 합니다. A라는 일을 0.0001초 동안 하다가 B라는 일로 전환할 때 필요한 시간이 1초라면 어떻게 될까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을 쓰기 좋은 예가 하나 더 늘어나겠네요.

그런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하려고 할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책을 읽는데 갑자기 누가 찾아와서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일단 읽기를 멈추고, 질문받은 내용에 대해 생각을 해서 답변을 한 다음, 다시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기억해내려고 애써야 할 겁니다. 즉, 사람은 컴퓨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이 큽니다. (심지어 컴퓨터에서도 속도가 매우 중요한 작업에서는 이런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즉, 멀티태스킹이란 작업을 전환하는 데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게 만들고 전체적인 효율은 떨어뜨린다는 게 이 책의 요지입니다. 책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내용이 짧은 데다가 소설 형식이라서 아주 술술 읽힙니다.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멀티태스킹에 지친 여러분, 잠시만 전화와 이메일과 메신저와 노크를 끄시고 이 책으로 싱글태스킹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