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태그를 다는 이유

by SL

블로그를 구경하다 보니 글에 태그를 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주제어나 핵심단어를 선정해서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아주 실용적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본문과 연결되는 유머나 뒷담화(?)를 써서 탄복을 자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곳에서는 본문에다가 아주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쓰고 마지막에 “만우절”이라는 태그를 걸어두기도 하더군요 :) 이렇듯 태그는 활용하기 나름이고 반드시 어떤 식으로 써야 한다는 지침 같은 건 없습니다.

저도 블로그 글에 태그를 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해두었을 뿐이죠. (지금은 보이게 했습니다.) 태그를 다는 첫 번째 이유는 지금 이 블로그에 적용되어 있는 “관련글” 기능 때문입니다. 깔린 것이 영어용 플러그인이라 아마도 한글 형태소 분석이 안 되어 비슷한 글을 제대로 못 찾을 겁니다. 이를 보완하도록 태그를 써넣는 거죠.

두 번째 이유로는,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한데, 전혀 다른 성격의 글들을 하나의 단어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주는 재미를 꼽겠습니다. 가령 이 블로그에서 Lisp 태그가 달린 글을 보면, 제가 Lisp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 책의 서평, Lisp 설치 매뉴얼, Lisp의 창시자가 쓴 논문에 대한 소감 등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나옵니다. 위의 글 각각의 카테고리나 성격은 분명 제각각이지만 그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을 태그로 뽑아내는 것은 즐겁다 못해서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아래 그림은 예전에 쓴 논문에 삽입했던 것인데요, 휴대폰의 수많은 메뉴 아이템을 동적으로 재구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존 분류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던 “TV 리모컨”과 “TV 시간표” 메뉴가 TV라는 단어를 통해 하나로 묶인다는 개념이죠. 물론, 간단히 말하면 그냥 메뉴 검색이고요 :-)

그러면 카테고리는?

사실 저는 태그를 카테고리의 일반화된 개념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태그는 어딘지 모르게 정신없는 느낌이 드는 반면 카테고리는 -정리만 잘 되어 있다면- 훨씬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글 각각에 “매뉴얼”이나 “논문 리뷰”라는 태그를 달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같은 이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두는 것이 훨씬 방문자가 글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태그나 카테고리의 개수], [동시에 여러 분류에 속할 수 있는가, 하나에만 속할 수 있는가] 같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아무튼.

그런데 저는 왠지 어떤 카테고리에 전형적인 글보다는 여러 분류를 넘나듬는 글을 쓰고 싶더라고요. 일기인 척하다가 갑자기 논문을 툭 던지며 소개하는 식으로 말이죠. (-_-) 제가 좋아하는 폰 노이만에 대한 위키피디아 설명을 조금 가져왔습니다.

John von Neumann (December 28, 1903 – February 8, 1957) was a Hungarian American mathematician who made major contributions to a vast range of fields,[1] including set theory, functional analysis, quantum mechanics, ergodic theory, continuous geometry, economics and game theory, computer science, numerical analysis, hydrodynamics (of explosions), and statistics, as well as many other mathematical fields.

이 사람을 전통적인 학문 영역에 따라 분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로는 분류를 넘나드는 잡종적인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그동안 쓴 글을 다시 훑어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네요. 조금 더 생각해보고 전형적인 글과 잡종적인 글을 위한 분류를 한 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