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실패

by SL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당장 적용해보고 싶은 순간이 살다 보면 몇 번은 생긴다. 손발이 근질거리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먼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검증해보자. 십중팔구는 생각하지 못한 예외적인 경우를 발견할 것이다. 운이 좋아서 그런 예외를 쉽게 걸러내는 방법을 찾거나, 처음의 생각을 약간 수정하는 정도로 검증 과정을 통과할지도 모르지만, 많은 경우에 그 예외가 사실은 예외가 아니고 너무나 결정적이어서 아이디어 자체를 폐기해야 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이런 실패는 다른 연구자의 시행착오(라 쓰고 삽질이라 읽는다)를 줄여주고, 그렇게 절약한 시간과 에너지를 더 생산적인 곳에 쏟아부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

모두가 성공한 연구만을 인정하는 냉정한 세계에 이런 “실패한 연구”의 가치를 인정하는 저널이 있다. Journal of Interesting Negative Result(ISSN 1916-7423), 줄여서 JINR이라는 곳이다. JINR은 자연어처리나 데이터마이닝 분야를 다룬다고 하고 의료/생물 분야에도 비슷한 취지의 다른 저널이 있는 것 같다. 호기심이 솟아나 소개글을 읽어보니 스스로 이런 저널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를…

“Much can be learned by analysing why some ideas, while intuitive and plausible, do not work. The importance of counter-examples for disproving conjectures is already well known.”

from jinr.site.uottawa.ca

일반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명제가 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유/경우를 발견하는 것을 수학의 반례를 통한 증명에 비유하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어라? 실제로 게재된 논문은 2008년 하나밖에 없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