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배우러 다니니까 좋은 점 1

by SL

피아노 학원에 다닌 지 3개월이 되어 간다. 시간으로 따지면 한 달에 약 20시간, 레슨비로는 12만 원을 투자하는 이 활동에 대해서 회고를 해보자.

운동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여가 활동을 하면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날 기회가 생긴다. 보통 일주일에 세 번 학원에 가고, 한 번 가면 한두 시간 정도 연습한다. 이 연습 시간 동안은 적어도 두뇌 용량의 90%가 피아노로 차버려서 여간해서는 개인적인 고민이나 회사 업무가 끼어들 틈이 없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거기에 완전히 꽂혀서 그게 해소될 때까지는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하고 밤잠까지 설치는 나에게 이런 탈출의 시간은 무척 소중하다. 여기에, 듣기만 해도 좋은 음악을 내가 직접 연주할 수 있게 되어가는 성취감이나 청각 / 시각(악보) / 촉각(손가락)이 동시에 만족하는 공감각적 몰입은 덤이다.

만약에 디지털 피아노를 사서 혼자 연습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저 악보를 따라가는 데 급급했을 것이다. 운지법이 맞는지, 악보를 정확하게 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그냥 어떻게든 건반을 쳐내려고 했을 것이다. 마치 예전에 탁구를 배울 때처럼. 하지만, 레슨은 다르다. 지금은 박자나 음이 틀리면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이 바로 지적하신다. 손가락이 꼬이면 -악보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럴 땐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일러주신다. 빠른 피드백을 얻어 즉시 문제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한 습관이 들 우려가 적다, 혼자 연습하기 대신 레슨을 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이게 다가 아니었다. 학원에 다니기 전에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장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게 뭐냐하면 악보를 따라치면서도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음악 요소들을 선생님이 콕 집어 설명해 주신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 “여기서는 반음씩 점차 올라가면서 감정을 고조시키는 거에요.”
  • “이 부분이 보기보다 어려운 이유는 마디 내에서 코드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에요.”
  • “이 곡은 당김음 덕분에 멜로디가 더 재미있지요.”

이런 식인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석을 들은 만큼 곡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 단순히 악보를 따라 건반을 누르는 것보다 더 풍부하게 느끼고 더 많이 즐거워진다. 혼자서만 연습했다면 얻기 힘들었을 즐거움이다.

결론? 피아노 학원 다니기를 잘했다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