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안식처, 이집트로 가는 길: 유적 중심의 이집트 신화와 역사

by SL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이집트 안내서 중에서 이 책을 고른 데에는 저자 약력의 힘이 컸다. 카이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은 현직 교수가 이집트 곳곳을 직접 방문하고 쓴 답사기라고 해서 신뢰가 갔다. 각종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 가이드도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원한 것은 이집트 유적을 잘 보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배경지식이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들 하잖는가.

기대했던 대로 저자는 너무 호들갑을 떨지 않으면서도, 유적지를 관광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고대 이집트의 신화와 역사, 아직 풀리지 않은 (피라미드의) 수수께끼, 그밖에 모르면 무심코 지나쳐버릴 만한 소소한 얘기들이 멋진 사진과 함께 제공된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거의 매 페이지마다 유적이나 도시 전경 사진이 들어 있는데, 책값이 비싼 건 아마 그 때문 아닐까.

나보고 어떤 나라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아마 두 방식 중에 하나를 택할 것이다. 지리적인 순서 혹은 시간적인 순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도시를 하나씩 설명하거나 아니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얘기하거나 할 텐데, 이 책은 공간과 시간을 모두 조화시키려는 전략을 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충돌이 나는 경우에는 공간 순서를 우선시 한다.

룩소르, 아스완에서 카이로로 올라왔다가 멤피스, 알렉산드리아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들르고, 다시 사막 오아시스를 구경한 다음 시나이 반도까지 나아간다. 그동안 시간 배경은 고대와 현대를 종횡무진하므로 안 헷갈리려면 책 뒤의 연대표(조금 부실하다)나 다른 역사책을 참조하는 게 좋을 듯하다.

유적 중심의 안내서이다 보니 이 책에서 교통 / 숙박 / 맛집 정보나, 바가지 씌우려는 상인과의 흥정 요령, 이집트 문명과 상관없는 휴양지 안내는 기대하면 안 된다. 이집트 여행을 준비하려면 다른 여행 가이드나 인터넷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전공자의 충실한 설명 덕분에 이름만 알았던 이집트 유적을 감상할 준비는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책 삽화도 멋있지만 실제로 보는 광경은 차원이 다르겠지? 부푼 꿈을 안고 카이로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노란 형광펜

  • 이집트를 찾는 방문객 중에는, 카이로 시 외곽 지역에 있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만 보고 서둘러 이집트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남부의 아부심벨, 아스완, 룩소르 등지에도 파라오 시대의 빛나는 유적지들이 많다. 이런 유적지를 보지 않고 이집트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언젠가 다시 이집트에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6 ~ 17p (네네, 그래서 아프리카 사막 투어를 포기하고 유적지를 보기로 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