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콘서트: 비즈니스에 녹아든 수학

by SL

철학을 전공한 전직 컨설턴트 매튜 스튜어트는 『위험한 경영학- 당신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경영학의 진실(원제 Management Myth)』에서 이른바 과학적 경영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MIT 슬론 스쿨 출신에 같은 학교 공학박사인 저자는 『경영학 콘서트』에서 과학적 경영(Operations Research and Management Science)의 힘과 성과를 자랑스럽게 풀어놓았다.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구식으로 느껴지는 단어의 대표주자로 웹 2.0이 있다.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로는 집단지성이 있다. 이런 내용들로 시작하는 바람에 이 책의 주제가 데이터마이닝을 적용한 마케팅 기법인 줄로 오해할 뻔했으나 그 얘기는 2~3장에서 끝난다. 분량으로 따지면 1/4 정도.

5장부터는 생산 관리, 대기 이론(Queueing Theory), 공급사슬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SCM)의 개념과 중요성을 현실 속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익숙할지 모르지만 재고 관리나 공장 효율성, 유령 주문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사람에게는 흥미로울 내용이 많다. 재즈 피아니스트가 삼성전자를 혁신했다는 제목으로 낚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로 꼽고 싶은 것은 7장 “경영학, 과학을 만나다”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현대 과학적 경영의 기본 이론이 태동한 역사, 선형계획법의 개념과 응용, 그리고 칸토로비치의 ‘순환 승수’에 얽힌 이야기는 저자 특유의 명쾌한 설명과 결합되어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이미 해결된 문제(선형계획법Linear Programming)를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서 당연하다는 듯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에 그 해결방식이 왜 혁신적이었는지 그 아이디어가 뛰어난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짚어주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직관보다 수학 원리에 기반한 의사결정의 힘을 역설하는 저자에게 질문이 생긴다. 정교한 수학 모형과 IT 인프라가 과학적 경영의 충분조건인가? 고객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함으로써 수익을 최대화하는 수익 경영을 첫장에서 설명하면서 예로 든 것이 항공권 가격이었다. 마지막장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그런 항공 운항 시스템을 도입해 놓고도 그 시스템의 신뢰도를 판단할 전문가가 없어서 놀리고 말았던 사례를 통해 저자는 말한다.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이 전부가 아니라고, 바닥에 깔린 원리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잘 운영할 사람의 역할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이 책 제목이 왜 『경영학 콘서트』일까? ‘~콘서트’ 유행 따라하기는 접어 놓더라도 여기서 다루는 내용이 일반적으로 경영학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저자가 모를 리 없다. 그 대답의 실마리는 에필로그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 경영에는 사람과 감성의 영역인 인문적 요소와 분석과 계산이 필요한 과학적 요소 이 두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이 둘은 현대 경영을 지지하는 두 개의 주춧돌로 어느 하나라도 간과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이 두 개의 주춧돌 중 하나에만 너무 의지해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중략) 두 번째 주춧돌인 과학에 무게를 실어줄 때가 아닐까 한다., 362p

“경영학에는 인문학적인 요소만 있는 게 아니야, 과학도 있다구!” 라는 저자 나름의 외침이 아니었나 싶다. 뭐 그건 그렇고.. 다소 논점일탈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이 있다.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5장에 보면 음식을 주문하는 줄과 계산하는 줄을 거쳐서 음식을 받은 뒤에야 테이블로 하게 함으로써 작은 공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림없이 식사를 하게 하는 식당 얘기가 나온다.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한 심리학자까지 나오는데, 과연 그렇게 식당의 가동률을 높이는 건 무엇을 위해서일까? 식당 점원들이 더 여유로워졌을까? 그곳은 꾸준히 장사가 잘 된다지만 모든 식당이 그 방식을 따라한다면?

삼성전자에서 제품 제조 사이클을 줄이기 위해 작업량을 할당하여 재고를 조절하도록 했을 때 공장 직원들도 그만큼 여유로워지고 또 늘어난 생산량 만큼이나 풍족해졌을까? 최적화, 자동화 같은 문제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흥미를 느끼는 주제이지만 가끔은 ‘무엇을 위해서’라는 생각에 허무해지기도 한다. 어울리지 않게 『게으름에 대한 찬양』같은 책을 뒤적이는 이유도 아마 그 허탈감과 관련이 있을 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