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중국 북경 여행: 첫째날

by SL

베이징 공항을 나오는 순간부터 중국의 거대한 인구를 체감할 수 있었다. 주말의 명동 같은 인파를 뚫고 나와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표값은 16위안, 1위안이 대략 160원이니까 2600원 정도 하는 셈이다.

호텔로 가는 험난한 길

버스에 자리를 잡자마자 KT에 하루 만 원씩을 바친 대가로 얻은 데이터 무제한 로밍으로 무장한 아이폰을 꺼내들었다. 로밍 담당 직원은 베이징시 외곽에서는 좀 끊길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시내 한복판에서도 연결 상태가 오락가락했다.

위의 그림과 같은 경로를 거쳐 베이징역에 내리는 순간 기다리던 택시기사들이 달라붙었다. 가격을 얼마나 부르는지 들어나 보자 싶어서 “North Garden Hotel” 이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80위안이었다. 대충 13,000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훗, 여기서 가까운 거 안다구요.’

어이없어하는 내 표정을 봤는지 바로 가격이 반으로 깎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무리를 빠져나와 차로에 지나가던 택시를 세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사님이 그 호텔을 모른다는 게 아닌가.

‘엥? 꽤 큰 호텔이라고 들었는데.. 그럼 일단 근처의 베이징 호텔로 가자. 거기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조금 가다 보니까 익숙한 모양의 건물이 나타났다.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본 베이징 호텔이었다. 올해 SIGIR 컨퍼런스가 열리는 건물.

되다 말다 하는 인터넷으로 힘들게 호텔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어떻게 된 호텔 공식 사이트에 찾아오는 길 약도가 없어 -_-; 또, 나름 큰 호텔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주변 사람들이 -경찰 포함해서- 하나도 모르는 건지, 심지어 어떤 사람은 방향을 반대로 알려주기까지 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길을 헤매다 보니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어떻게든 혼자 찾아가겠다는 의지는 결국 사라지고 먼저 도착해있던 사람의 마중을 받아서야 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문제의 노스 가든 호텔(North Garden Hotel)

북한 음식점 해당화

저녁 식사는 북한 음식을 먹기로 했다. 북한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해당화라는 음식점을 찾아 왕징으로 향했다. 왕푸징에서 지하철을 세 번인가 갈아타가며 왕징에 도착했을 때는 10시에 가까웠다. 가이드책에 해당화는 11시까지라고 나와 있었기에 마음이 급했던 우리 일행은 택시를 탔다. 기사님에게 식당 사진을 보여줬으나 이번에도 어딘지 모른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우리는 지도로 대충 위치를 짐작해서 손짓으로 방향을 지시한 끝에 겨우 해당화를 찾아갔다. 이미 10시 반. 다행히도 늦지는 않은 모양이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벽에 붙은 그림과 차림표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내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젋은 북한 여성이 다가와 한 마디 했다. “사진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전부 취소해 주십시오” 그 특유의 북한 말투를 실제로 들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무척 시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티그리티가 강한 나는 그 후로 진짜 사진을 찍지는 않았으나 삭제 버튼에는 차마 손이 가지 않았다. 언제 또 올지 모르잖아. 암튼 그런 이유로 여기에 해당화 사진은 없다.

음식 얘기를 하면, 김치까지 돈 받고 파는 게 좀 아쉬웠으나 맛에 대해서는 같이 간 사람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맛있다고 했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싼 편이고, 여행 동안 중국 음식을 두루 맛본 뒤 마지막날 북한 음식을 먹으러 가면 더 괜찮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향료가 강하고 기름진 중국 음식에 지쳐갈 때쯤 정갈하고 담백한 우리 음식을 먹는 거지.

그렇게 북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사이 베이징의 첫날밤이 깊어간다. 본격적인 베이징 시내 관광은 내일부터다.

오늘의 깨달음

  1. 중국 길거리에서는 영어가 잘 안 통한다.
  2. 한국에서 외국인이 길 물어보면 겁먹지 말자. 낯선 현지인에게 물어볼 정도라면 그 사람은 정말 간절한 거다. 언어 따위는 이미 문제가 아니다.
  3. 여행 갈 때는 미리 지도를 챙겨가자. 현지에서 궁하면 어떻게든 통할 것 같지? 안 통한다.
  4. 북한 억양을 실제로 들으니 차도한 매력이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