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중국 북경 여행: 다섯째날

by SL

베이징에서 잠을 자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여행 계획은 80%만 세우고, 나머지 20%는 현지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하자는 주의에 따라 이날의 계획은… 없다. 아침은 맥도날드에서 6위안짜리 맥모닝세트를 먹고, SIGIR이라는 컨퍼런스가 열린다는 베이징 호텔 내부를 구경하고 느즈막히 관광을 시작했다. 급조한 계획을 따라서.

판자위안 골동품시장

첫코스는 베이징 남쪽의 골동품 시장이다. 도자기에서부터 조각, 글씨, 그림, 가구, 돌, 장난감 그리고 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일요일이 구경하기 제일 좋다는데, 첫날 계획이 틀어져서 오지 못했던 곳이다.




처음으로 혼자 버스타기에 도전하여 천단공원으로 향한다.

천단공원

천단공원은 황제가 하늘에 추수를 감사하는 제사를 드리던 제단이다. 북문으로 들어가서 기년전, 황궁우, 원구단의 순서로 관람하기로 한다.



위의 동그란 벽은 황궁우 안에 있는 회음벽으로, 여기에 대고 외치면 소리가 원형벽을 타고 돌아 반대쪽까지 잘 들린다고 한다. 아이들이 소리 지를 때 옆에서 살짝 구경했는데, 소란스러워서 그런지 잘 되는지는 모르겠더라.

여기는 원구단. 황제가 황제 본인과 하늘을 상징하는 저 동그란 3층 제단에 올라 기도를 올리고 제문을 불태웠다고 한다.

공원 내의 주요 건물을 보고 동문으로 나왔다. 원래는 여기서 노베이징자장면대왕이라는 식당을 찾아 중국식 자장면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찾기 실패. 분명히 있다고 한 자리에 없고, 인터넷 검색해보니 1년 전 문서가 가장 최근인 걸로 보아 그 식당도 없어진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딴 건 몰라도 음식 탐방만큼은 완전히 실패임을 재확인한 순간. 요시노야라는 일본음식점에서 덮밥으로 점심을 떼우고 다음 코스로 힘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유리창

유리창은 예전에는 유리기와(고궁박물원에서 본 황금색 기와)를 굽던 거리였다가 청나라 시절에는 서점과 문방구 거리로 바뀌었고, 지금은 청대 가옥을 구경할 수 있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거리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방구도 있다는데 그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죽 걸어다니며 건물 구경만 하고 나왔다. 아, 중국 방문 기념 부채도 하나.



이윤당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꽤 강행군을 했다. 비를 맞아가며 걷느라 수고한 발다리에 선물을 주고자 마지막 날 여행의 최종 코스는 발마사지샵으로 정했다. 우다오커우라고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있는 이윤당이라는 곳이 좋다고 했다. 멀기는 하지만 괜히 엄한 데 가서 돈은 돈대로 쓰고 아쉬워하느니 검증된 곳이 낫겠다고 생각에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가며 우다오커우역으로 향했다.

오.. 한국인이 많이 산다더니 정말 한국어 간판까지 있다. 그런데 책에 적힌 대로 갔는데도 도무지 이윤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 책 부록에 있는 지도를 보면 쉽게 찾을 텐데, 그 지도는 고궁박물원에서 잃어버리지 않았던가. 이런 경우를 두고 지리를 글로 배웠다고 하는구나. 벌써 9시가 가까워진 참이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바로 옆에서 구원의 소리가 들렸다. 바로 여기 사시는 한국인 아주머니 두 분이 산책하시면서 나누는 “한국어” 대화 소리였다. 황급히 인사를 드리고 길을 여쭤봤더니 그 두 분도 무척 반가워하시며(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ㅋㅋ) 친히 가게까지 데려다주셨다.

나는 당연히 큰길거리에 있으리라 짐작하고 그쪽만 주구장창 뒤졌는데, 알고 보니 진짜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 아주머니도 거기 자주 오신다면서 마사지 잘 하는 분을 추천도 해주셨으나 안타깝게도 그때는 그 마사지사가 자리에 없었다. 아무튼 위치 알려주시고 마사지사 추천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한 시간 동안 발마시지를 받았는데, 일부러 아파도 아프단 말 안 하고 (그렇게 많이 아프지도 않았지만) 마사지사의 기본 세팅을 그대로 받아냈다. 돌아오는 길에 발이 좀 덜 피곤한 느낌이 든 건 마사지의 효과인지 기분 탓인지 모르겠다 :) 호텔로 돌아와서는 일행과 칭따오 맥주를 따서 베이징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위로했다.

오늘의 깨달음

  1. 이번 여행에서는 낯선 사람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나도 한국 돌아가면 착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