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중국 북경 여행: 넷째날

by SL

오늘은 드디어 중국의 상징 만리장성을 보러 가는 날이다. 장성도 나의 방문을 반기는지 어제까지 하늘을 점령하고 있던 구름을 모조리 쫓아내고 화창하게 개어 놓았다. 이날마저 비가 왔으면 나는 울어버렸을지도 몰라.

원래는 혼자 919번 버스를 타고 가려했으나, 어찌어찌하여 만리장성, 정확히는 팔달령 장성으로 당일치기 워크샵(?)을 가는 회사팀과 함께 하게 되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에 호텔을 나서서 만나기로 한 곳에 갔더니 대절 버스와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베짱으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버스를 탔는지 모르겠으나 (솔직히 당시에도 살짝 불안하기는 했다;;) 결과적으로는 무척 기억에 남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올림픽 그린

중국인들은 창~청~이라고 부르는 만리장성이 오늘의 메인 디쉬라면 애피타이저는 올림픽 그린이다. 여기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경기장들을 볼 수 있다. 먼저 메인 스타디움인 국가 체육장.

딱 보면 애칭이 새둥지(냐오차오 Bird Nest)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명 워터 큐브(Water Cube)라 불리는 국가 수영센터(아래)는 무슨 비엔날레에서 건축상도 받았다고 하니 한 번 더 유심히 보고 간다.

여기서 사진 찍고 놀다가 다시 버스 타고 어떤 큰 식당 겸 옥(Jade) 쇼핑몰로 이동했다. 패키지 여행에서 상품 구경한 뒤 밥 먹으러 가는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구나 싶었다. 처음 보는 그 회사 사람들과 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는데, 낯선 방문객을 신기해하면서도 챙겨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팔달령 장성

만리장성은 말 그대로 무척 거대하다.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거용관 장성도 있고, 여행 안내서의 표현에 따르면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는 사마대 장성도 있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사진 등으로 가장 잘 알려진 팔달령 장성이다.


너무 더워서 사먹은 과일(“옌쯔”라고 부르더라). 맛은 괜찮았는데 저 무거운 통을 들고 만리장성 계단을 오르려니 너무 힘들었다. 아니지. 저걸 만든 사람도 있는데 그 길을 걸으면서 힘들다고 투덜대면 안 되겠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걸었다.

경치도 경치지만 날씨가 정말 예술 아닌가?

정말 이런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대륙의 스케일을 가장 확실하게 느낀 순간.

왕푸징거리

팔달령 장성에 다녀오니 이미 저녁이 되었다. 다른 곳에 가기는 이미 늦은 시각, 이럴 때를 위해 아껴놓았던 베이징 최고의 번화가 왕푸징거리로 향했다.

희귀한 먹거리로 유명한 바로 그 골목으로 들어간다.


현지인 중에서도 전갈이나 애벌레를 먹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했다. 아래는 얼핏 징그러워 보이지만 그냥 과일에 설탕 발라놓은 것이다. 새콤달콤한 맛인데, 다른 중국 음식처럼 금방 질리고 말았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보다 일반적인 전통 먹거리와 식사를 파는 거리도 있다. 그 길의 끝에서 발견한 경극 공연.


그밖에 재미난중국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념품 가게도 많았으나 구입은 노, 구경은 예스.



구경하고 나오니 어디서 다시 몰려왔는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곧바로 폭우가 쏟아졌다. 맑은 날씨 덕분에 하루 종일 애물단지 신세였던 우산이랑 비옷(어제 20위안 주고 산 그것)을 잽싸게 꺼내 장착했다. 우왕좌왕 비를 피하는 사람들 사이로 여유롭게 길을 누비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여행도 어느덧 막바지다. 갑작스런 폭우는 나와의 헤어짐을 슬퍼하는 베이징의 눈물인가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간신히 누르고 잠을 청한다.

오늘의 깨달음

  1. 할 수만 있다면 현지인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