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중국 북경 여행: 셋째날

by SL

오늘은 베이징의 중심을 관광하는 날이다. 먼저 천안문을 시작으로 북쪽의 고궁박물원, 경산공원, 북해공원을 거쳐 스차하이를 구경한 뒤 다시 천안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번에는 남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천안문광장을 통해 어제 실패한 라오서차관 공연에 재도전하는 일정이다.

천안문

날씨가 불안하다 싶더니 천안문 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산은 챙겨왔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어서 또 20위안을 주고 판초우의를 샀다.

사진 속 얼굴의 주인공인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을 선포했다는 천안문의 비오는 모습. 평일인데도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이 참 많았다.

고궁박물원

황제가 사라진 중국, 자금성을 어찌 처리할지 고민한 끝에 결국 프랑스 루브르궁전의 예를 따라 박물관으로 변모시켜 놓았다. 그래서 이름이 고궁박물원이다. 원래는 가이드북 설명을 읽으면서 건물을 구경하려 했는데, 우산과 카메라와 책을 동시에 들 수는 없어서 자동 안내 기기(한국어도 있다)를 빌렸다. 대여비 40위안, 보증금(기기 반납할 때 돌려받음) 100위안. 이어폰을 꼽으면 어떤 남자가 현재 나의 위치를 인식해서 주변에 있는 건물이 무엇인지 어떤 걸 유심히 봐야 하는지 잘 설명해준다.

금수교, 태화문, 태화전, 보화전, 건청궁, 교태전, 곤녕궁을 보고, 동쪽 참관로를 따라 진보관, (중국인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받고 당황해서 말을 더듬은) 구룡벽, 황극전, (비극의) 진비정도 보고, 황국 내 후원인 어화원을 보고 신무문으로 나왔다. 당시에는 이런저런 설명을 열심히 들었으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 마지막에 남는 건 사진 뿐이다.

그리고 고궁박물원에서 구경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이번 여행의 생명줄과도 같은 지도책을 잃어버리고 만다. 지도가 없어진 걸 깨달은 순간 얼마나 절망감이 컸는지 이번 여행은 끝났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나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네. 뭐든 다 지난 뒤에 보면 그렇다.

경산공원

북쪽의 신무문을 나서면 바로 길 건너편에 경산공원 입구가 있다. 경산공원에서는 명나라 마지막 황제가 목을 매었다는 홰나무를 보고 ((정확하게는 당시의 홰나무는 예전에 썰려나갔고, 1983년에 새로 심은 거라고 한다.)),

중앙의 경산에 올랐다. 방금 구경한 고궁박물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북해공원

공원 구경의 흐름을 이어서 북해공원에 들어갔다. 이화원이 최대라면 북해공원은 최고, 즉 가장 오래된 황실정원이라고 한다. 큰 호수(이름이 북해인데, 얘네들은 왜 호수를 자꾸 바다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크면 다냐?)가 있고, 그 가운데 우뚝 솟은 탑이 백탑이다. 치사하게 백탑 안쪽으로 올라가는 데 별도 요금을 받길래 그앞에서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호수 북서쪽의 오룡정도 예쁘다고 하는데, 허기가 져서 거기까지 구경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스차하이

북해공원에서 북해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서 북문으로 나오면 바로 스차하이로 이어진다. 베이징에서 가장 경치좋고 낭만적인 장소라는 곳.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입구에 차마고도라는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했다. 윈난식 오리구이와 무슨 국수가 맛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지도에 있다는 위치를 아무리 뒤져도 안 보이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근처에 관광안내소가 있길래, 게다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중국인이 있길래 그에게 물었다. 잠시 후 돌아온 대답. “그 식당 없어졌어요” -_- 너무 배가 고파 화가 나지도 않았다.

하화시장으로 들어가 메뉴가 영어로 설명되어 있는 곳 중 먹을 만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토끼고기부터 해서 뭐 이상한 메뉴도 많았거든.

오리구이와 이름 모를 (가장 싼) 차를 주문했다. 부드러워 보이던 메뉴의 사진과 달리 짜고 질겨서 먹는 데 애를 먹었다.

어쨌든 배를 채운 뒤 전해(이것도 역시 호수다)를 따라 은정교까지 가서 옌다이셰제를 구경했다.

종과 북을 쳐서 시간을 알렸다는 고루와 종루를 보러 왔다. 고루에 입장해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북이 있다. 저기 보이는 찢긴 북은 의화단 사건 때 일본군의 소행이라고 한다.

여행 가이드에는 정각마다 북 퍼포먼스를 한다고 했는데, 시간이 틀렸더라. 이미 꽤나 모여있던 서양인 그룹과 함께 기다렸다가 공연을 보고 내려왔다. 아이폰으로 동영상까지 열심히 촬영.

천안문 광장

아침에 눈으로만 지나쳤던 천안문광장으로 돌아왔다. 해질 무렵 시간을 맞춘 것은 국기 하강식 때문. 해가 지려면 30분 이상은 남았는데도 관광객들이 국기 게양대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해가 지면 광장의 다른 걸 못 보겠다 싶어서 인민영웅기념비, 모주석 기념관, 인민대회당, 중국국가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왔다.

그게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이 국기 하강식이 끝나자 경찰들이 바로 사람들을 통제하여 밖으로 나가게 했다. 국기 하강식은 사람들 사이에 토끼발로 겨우겨우 동영상을 찍었는데, 확실히 군인들 동작이 딱딱 맞더라.

라오서차관

길었던 오늘 일정의 마지막은 라오서차관 공연 관람이다. 가장 저렴한 180위안짜리 표를 끊어서 3층으로 올라가니 자리로 안내한 뒤 간단한 다과를 가져다준다. 그걸 먹으면서 이미 반이나 진행된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경극은 색다르지만 지루했고, 서커스는 기대보다는 약했고, 만담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마지막의 변검(검이라고 해서 칼로 하는 건지 알았는데, 영어로 Face Change라고 한 게 이거였다. 나는 보고서도 변검 못 봤다고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다른 분이 그게 변검이라고 알려줘서야 알았다.)은 음악도 신나고 사람들 반응도 좋고 나도 재미있었다.

오늘의 깨달음

  1. 낯선 여행지에서 지도는 생명이다. 소중하게 보관하자.
  2. 여행책자에서 추천하는 식당은 꼭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보자. 적어도 현재까지 영업 중인지는 확인해야지.
  3. 고어텍스가 왜 좋은지 알았다. 비닐 비옷은 비를 막아주지만 공기까지 차단해서 빗물 대신 땀물로 옷과 몸이 흥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