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조종자들: 개인화된 인터넷의 위험성

by SL

매년 계획을 세울 때마다 컴퓨터 사용 시간을 줄이겠다는 항목은 빠지지 않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 인터넷 접속 시간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나의 창의력의 원천인 화장실에서의 시간마저도 스마트폰이 잠식해버렸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정보와 문화를 누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인터넷에 너무 종속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점점 커져 간다. 그런 나의 관심이 책을 찾아내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런 책이 많이 출판된 것인지, 최근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다룬 책들이 눈에 띈다. 그 중 하나인 『생각 조종자들(원제 The Filter Bubble: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은 인터넷 덕분에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수준으로 정교해진 개인 프로파일링과 그에 따른 개인화 (보통은 Personalization을 개인화라고 번역하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개별화라고 했다.)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인터넷에서는 내가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을 클릭했는지 검색엔진이 쉽게 알 수 있다. 마케터는 내가 어떤 광고에 잘 반응했는지 알 수 있고, 쇼핑몰은 실제로 무엇을 구입했는지 알 수 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이렇게 떨어져 있는 듯 보이는 데이터들이 이제는 다양한 과정을 통해 쉽게 공유/결합될 수 있으며, 이를 분석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각 개인에 대한 프로파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똑같은 검색어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문서를 상위에 노출하는 식으로- 보여주거나, 천편일률적인 뉴스 1면 대신 사용자의 관심을 반영한 개인화된 뉴스를 제공할 수 있다. 웹페이지 광고에는 그 사람이 관심있어 하는 상품이 나오는 건 기본이고, 광고가 보여지는 방식이나 시간대도 개개인의 스타일에 맞추어진다. 심지어 사람마다 웹사이트의 디자인을 다르게 보여주면 매출이 올라간다는 연구 얘기까지 나오는데… 대체로 여기까지가 현재 인터넷 서비스 제작자나 광고 기획자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사생활 침해나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이슈는 그동안에도 이미 많이 지적되어 왔으나 이 책의 저자 Eli Pariser가 던지는 화두는 조금 다르다. 그는 유저 프로파일링이 매우매우 잘 되어서 검색결과와 뉴스가 개인화되고, 그래서 너와 내가 접하는 정보가 달라져도 정말 괜찮겠냐고 묻는다. 그런 세상에서는 ‘나한테 보이니까 다른 사람도 당연히 보겠지’라는 가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인화 여부가 사용자에게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당신에게 감추는 것”이라는 부제는 바로 이것을 가리킨다.

저자는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개인화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의 과거 기록에만 의거해서 예전에 관심을 보였던 주제만 접하며, 그의 성향을 강화해주는 정보만 편식한다. 과거에 그랬기 때문에 현재에도 그렇고, 결국 미래까지 그렇게 되는 되먹임 과정 속에 다양함을 접할 기회는 사라진다. 개인화가 사회적으로 확장되면,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는 이슈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파편화된다. 이것을 연예나 스포츠 같은 취향의 문제가 아닌 정치사회 이슈로 바꿔서 생각해보라. 책을 읽는 동안 그려지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이다.

중요한 지적, 그러나 너무 극단적

하지만, 나는 저자가 경고한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색 / 개인화 연구자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사람들도 주어진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 책이 2011년 5월에 출판되었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검색이나 추천 결과의 다양화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적어도 연구자 사이에서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듯 보인다. 이 블로그에서도 다른 얘기하면서 스치듯 살짝 다룬 적이 있다.

사람들 또한 자기 입맛에 맞추어진 정보만 떠먹기를 원치 않는다.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분야와 의견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를 위해서 1) 지금 접하는 정보가 개인화된 것인지 아닌지가 명확하게 표시되어야 하고 2) 개인화되지 않은 결과를 볼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필요하다고 본다.

어떠한 경고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예측이 틀렸다고 하는 건 불공평하다. 그 경고 덕분에 상황을 피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개인화 서비스의 부작용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인터넷 서비스의 몇몇 기획자가 사이버 세상의 규칙을 정하도록 두는 게 옳은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개인과 기업, 정부 각자의 역할과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이 책은 인터넷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의 절반 이상을 접하는 나같은 이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

아쉬운 점

책 제목을 번역할 때 왜 이렇게 자극적으로 바꾸는지 모르겠다. 아마존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저자 인터뷰를 봐도 “필터 버블”로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은 개인화된 인터넷의 위험이다. 그런데 “생각 조종자들”이라고 해서 마치 인터넷 뒤에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개인의 생각과 대중의 여론을 조작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까닭이 뭘까? 거기에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이란 부제까지 더하면 무슨 음모론을 다루는 책 같다. 다행히 원제와 서평을 확인한 뒤 책을 샀기 때문에 낚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제목 번역은 많이 아쉽다. (나중에 덧붙임) 게다가, 문헌 조종자들이라는 글을 보니 본문 번역에도 문제가 좀 있는 모양이다.

개인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책의 독후감에서 내가 포털사이트 뉴스나 인터넷 게시판을 개인화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글들 때문이라고 하면 역설일까.

노란 형광펜

  • 마크 저커버그가 보통의 20대 중반 청년이라면 이 말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 나이의 사람 대부분은 정체성의 본질에 대해 많은 시간을 내어 철학적으로 숙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폭넓게 사용되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기술을 좌지우지한다. 또한 그의 생각은 회사와 인터넷에 대한 자신의 비전 중심에 있다., 146p
  • 알고리즘 문맹률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중략) 특히 어릴 적에 프로그램의 기본을 배우는 일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유익하다., 313 ~ 314p
  • 페이스북, 구글을 비롯한 필터링 기업들은 알고리즘 프로세스를 모두 공개하면 기업의 비밀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말은 처음과 달리 점점 신뢰성이 없어지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가장 큰 강점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그들을 믿거나 코가 꿰여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다., 316p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