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캐릭터와 스토리 자동 생성

by SL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드라마나 만화 속 캐릭터를 전혀 다른 스토리 환경에 등장시키면 어떻게 될까? 재미나게 봤던 “노다메 칸타빌레” 속 엽기발랄 노다메를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와 붙여놓으면? 미드 “24시”의 잭 바우어가 그 무대포 성격을 유지한 채 한국 드라마 속 직장에 입사한다면? 잘 상상되지는 않지만 어떨지 좀 궁금하기는 하다.

그래서 생긴 질문.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을 만들고, 배경을 적당히 설정한 뒤에, 이 안에서 자기들끼리 쿵짝쿵짝하게 함으로써 뭔가 재미난 이야기를 자동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와 관련된 연구 하나가 여기에 있다. 2002년에 나온 건데.. 개별 캐릭터에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플래닝 알고리즘을 준 뒤에 그들끼리 자동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거다. 캐릭터는 계획과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 스토리가 창발(Emerge)하기를 기대한다. 게임처럼 사용자가 개입해서 캐릭터의 행동을 돕거나 방해할 수도 있으며, 그에 따라 스토리도 다르게 생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 작업에서는 유명한 미국드라마 “프렌즈”의 캐릭터들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었다.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무척 단순한 수준이고 (어쨌든 눈에 보이는 스토리로는 말이다), 또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스토리가 흥미로울 거라는 보장도 없다. 컴퓨터가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상식추론 능력을 갖출 때까지는 요원한 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연구에 관심이 많이 가는 이유는, 내가 직접적으로 설계하지 않는 행동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알고리즘이 가지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왠지 기특하달까.

심즈(Sims)라는 게임이 있다. 초기 버전밖에 안 해봐서 현재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심시티의 인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게임 속 세상에서 캐릭터(심, Sim)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다. 게이머는 거기에 끼어들어서 그들의 집을 꾸미거나 옷을 사준다. 그러면 심들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여 행동을 바꾼다. 나의 액션에 대한 리액션을 보는 맛이 새로웠지만, 특별한 목표가 없어서인지 쉽게 질려버렸다. 다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문명이나 삼국지 같은 류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집중해서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식상해지고, RPG 게임이 그리워지곤 했다. 내가 온라인 게임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것도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

바로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의 부재.

매체 속 사용자의 자유도를 높이는 동시에 그에 대한 반응을 똑똑하게 만들고, 둘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그럴듯한 스토리를 자동으로 만들 수 있다면 꽤 흡입력 있는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