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추천을 넘어 소셜 평판 시스템으로

by SL

인터넷 이용자로서 요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1. 정보 대비 잡음의 비율 줄이기
  2. 컨텐츠 신뢰도 높이기

내가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에서, RSS 리더기에서, 뉴스 사이트에서 쏟아내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다음에 쓰기로 하고, 일단 두 번째 이야기부터 해보자.

언제부턴가 인터넷 블로그/지식답변에서 읽었다는 말을 할 때,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홍보용으로 작성된 글이긴 하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붙이는 게 어색하지 않다. 주로 식당/제품에 대한 홍보성 가짜 리뷰가 뭇매를 맞지만, 영화 평점이나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정치 알바 논쟁도 빠지면 섭섭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향의 접근들이 있었다. 얼마 전에 소개한 허위 리뷰를 탐지하는 기술도 그 중 하나이겠으나 실제 적용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고,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은 아마도 사용자 추천에 기반한 방법일 것이다.

추천하는 방식에 따라 종류를 나눌 수 있는데, 우선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다음뷰의 View On 버튼, 네이트 뉴스 기사의 베플처럼 직접적으로 추천을 받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로, 트위터나 구글플러스의 공유하기 기능이나 각종 소셜 북마크 서비스(ex. 마가린)는 일종의 투표(Vote)로서 추천시스템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하이퍼링크 구조에 기반해 문서의 품질/권위를 측정하는 페이지랭크 알고리즘도 넓게 보면 후자에 포함할 수 있겠다.

이들 방법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일단 커버리지가 너무 작다. 인터넷 사용자가 하루에 접하는 문서 중 그의 페이스북 친구가 좋아해서 추천한 문서가 얼마나 될까?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기본적으로 문서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고, 또 사용자로부터 한 다리 떨어진 친구만으로 커버할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상을 넓히면 다시 지금과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링크를 많이 받고, 추천수도 많고, 여러 번 공유된 글인데 막상 읽어보면 홍보의 냄새가 나고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다. 뉴스 댓글, 식당/제품 리뷰, 영화 평점, 정치 논쟁을 한 번 떠올려보자. 이런 류의 어뷰징은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낭비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어뷰징 기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면 놀랄 것이다. 페이지랭크를 타겟으로 한 Link Farm, Link Building, Paid Link는 기본이고, 실명 기반의 소셜네트워크라는 페이스북에도 이런 게 있다. 7 Ways to Spot a Fake Facebook Friend. 링크 안에 다시 링크된 How to spot a Twitter bot도 참고)

내가 봤을 때 이 문제의 본질은 이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데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글을 있는 그대로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벌어지는 곳(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중 하나로 인력 채용 시장이 있다. 이력서에 적힌 경력사항이나 자기소개 내용을 얼마나 믿을 수 있으며 이것만 보고 지원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추천서나 레퍼런스 체크 같은 평판 시스템이다. 링크드인 서비스를 보면, 개인의 교육사항이나 경력, 기술 외에도 과거에 같이 일한 사람이나 그로부터 받은 추천서를 모두 오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서 한 사람의 직업적인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돕는다. 나의 아이디어는 이런 평판 시스템을 인터넷에서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 전체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뉴스 기사에서, 인터넷 게시판에서, 질답 사이트에서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에게서 추천을 받았고, 받았다면 추천사의 내용은 어땠는지, 그리고 추천자와 내가 어떤 관계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온라인 세상이 되지 않을까?

  • 뭔가 특이한 영화리뷰인데, 이 글을 쓴 사람은 내가 자주 찾는 블로그 주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았군?
  • 동의하지 않는 내용의 댓글이지만, 내가 추천했던 사람이 추천한 사람의 의견이군?
  • 이 식당 리뷰는 식욕을 돋우는 사진과 칭찬으로 가득하지만, 추천자들이 전부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 뿐이군. 뭔가 냄새가 나는데?

뭐 대충 이런 시나리오다.

평판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소셜이란 의미가 있는데, 굳이 “소셜 평판”이라고 한 이유는 이 평판 시스템을 한사람 한사람의 사회연결망에 맞추어 개인화한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약한 연결고리의 힘을 빌어, 글을 쓴 사람과 내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아니면 거의 상관이 없는지를 보여주고, 나는 그 사실을 정보의 취사선택에 반영한다. 필요에 따라서 일정 이상의 관계가 있는 사람의 글만 볼 수도 있고, 소셜 평판 지수는 아예 무시할 수도 있게 해야 한다, 물론.

개인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필터버블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취지는 많이 다르다.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보여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허위/저품질 정보를 걸러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성이나 취향이 아닌 신뢰의 문제다.

실명제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시스템은 온라인 상에서의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추천을 주고받으며, 추천을 받을지 여부도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다양한 사람, 또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으면 그만큼 자신의 컨텐츠가 노출될 기회가 늘어날 것이므로 자기 글을 퍼뜨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노력은 감수하라는 유인만 제공할 뿐이다.

이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활동할 때 컨텐츠를 작성 뿐만 아니라 각종 수단을 활용한 레퍼런스 확보에도 신경을 쓰게될 것이다. 오프라인 인맥이든, 유명인에게 직접적으로 요구하든, 비슷한 사람들 간의 품앗이든 방법은 상관없다. 그리고 추후 활동에 따라 평판이 오르내리게 된다. 뭔가 오프라인 세상의 장단점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