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하면서 느낀 점

by SL

결혼식을 올린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결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둬야지 생각은 했는데, 하는 일도 없이 바쁘고 정신없어서 짬을 내지 못했다. 시간이 더 지나서 까먹기 전에 간단히 정리한다.

1. 일회성 이벤트: 다음이 없다

결혼 준비의 특수성은 모든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한 번 지나가면 끝이라는 데 있다. 식장 결정에서부터 웨딩사진 촬영, 드레스와 한복 결정, 예단/예물/기타 격식을 갖추는 일이 모두 첫경험이다 보니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요소가 중요한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감이 없었다. 또, 적정 가격은 얼마인지, 업체의 평판은 어떠한지도 모르기 때문에 직접 발품을 팔아서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한 플래너나 각 업체 전문가 말을 거의 그대로 따르게 된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상품을 파는 입장에서는 단골을 만들 필요가 없고 그럴 수도 없는 분야다. 죄수의 딜레마 반복과 협력의 관계에서 드러나듯이, 자기 행동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평가받는 기회가 없으면 책임감을 갖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할 인센티브가 떨어진다. 가령, 사진촬영할 때 포즈가 어정쩡했으나 교정하지 않고 대충 찍어버린다거나, 20장 기준으로 앨범 가격을 불렀는데 나중에 보니 20장은 너무 적어서 몇 장 추가하려니 장 당 몇 만원씩 비용 청구하더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촬영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실제 이용하는 예비신랑신부를 만족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객을 데려오는 중개업체를 잘 관리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업체의 이해관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소셜 평판 시스템을 도입해서 특정 스튜디오/드레스샵의 가격과 만족도가 외부에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고객이 이용한 업체를 평가하면 그게 그의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록되고 퍼져나가는 것. 그런 게 있었다면 이 결혼 준비라는 언덕을 조금은 더 수월하게 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2. 추천 시스템의 필요성

결혼 준비 과정에서 우리는 비용이 좀 들더라도 꼼꼼한 중간 체크와 중개 편의를 위해 웨딩플래닝 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의 큰 역할은 -흔히 줄여서 ‘스드메’라고 하는- 사진 촬영 “스”튜디오,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샵의 중개다. 처음으로 찾아가 상담을 하면, 먼저 우리가 잡은 예산과 취향을 얘기하고, 담당 플래너가 그에 맞추어 스드메 업체를 소개하고 알선해준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한 곳에서는 자체 앱이 깔린 스마트패드를 이용해서 여러 샵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패드와 앱은 쇼핑(?)을 도와주는 약간 편리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플래너가 “여기 한 번 보세요” 하면 그 샵의 페이지로 들어가서 상품(드레스든, 샘플 앨범이든)을 쭉 훑어보고, “어떠세요? 맘에 드세요?”라는 다음 질문에 대답하는 일의 연속이다.

맘에 들지 않는 것을 걸러내기는 쉽다. 그러나 일정 이상 괜찮으면 다 비슷해보이고, 아까 본 거랑 지금 거랑 비교해볼래도 쉽지가 않다. 결국은 고민하다가 전문가(!)인 플래너가 좋다고 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다. 사전 지식이 없기 때무에 짧은 시간에 결정하기가 어려운 것인데, 예물이나 예복 고를 때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이럴 때 “어, 이거 괜찮다” 라고 찍으면, 그와 비슷한 드레스 혹은 드레스샵을 추천해주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더 나아가, 이런 드레스를 입을 때는 어떤 스튜디오의 세트가 잘 어울리고, 메이크업은 이쪽 스타일이 괜찮다라고까지 제안해주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목적이 확실한 만큼 고객이 솔직하게 자기 취향대로 평가를 할 테니 데이터를 모으기도 쉽고, 여러모로 개인화 추천 시스템에서 많이 쓰이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을 쓰기에 딱인 상황이다.

3. 초대하기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날 즈음 청첩장이 나온다. 보통 본식 한 달 전 쯤부터 청첩장을 돌리게 되는데, 이때 묘하게 애매한 상황이 생긴다. 결혼 소식을 알리고 초대하고 싶은데 혹시라도 그게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주로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경우가 그렇다. 특히 나는 낯가람이 심해서 어떡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하여 마음을 고쳐먹었다. 결혼 소식을 “계기로” 반가운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

이런 나의 뻔뻔함을 반갑게 맞아주고 축하해주신 분들, 또 오히려 연락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감동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연락하지 못한 분들이 계셨는데, 이런저런 경로로 알고 축하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동했다. 따로 인사를 드렸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무척 감사하다. 평소에는 잊고 있었지만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도 한 번 결심했지만, 나도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