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IR 2012 참석 후기

by SL

작년에 회사의 지원을 받아 최진우님과 함께 처음으로 SIGIR 학회에 다녀왔다. 벌써 반 년이 넘게 지났지만, 남아 있는 기억을 모아서 간단하게 후기를 써본다.

8월 12일 일요일

공식적으로 학회가 시작하는 건 내일이지만, 하루 앞서 튜토리얼이 열린다. 이 튜토리얼은 요즘 검색에서 관심을 많이 받는 특정 주제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몇 십만 원 짜리 유료 강좌로 생각하면 되는데, 하루 종일하는 것도 있고 반나절 짜리도 있다. 오전에는 Modern Information Retrieval 책의 공동저자인 Ricardo Baeza-Yates와 야후의 Yoelle Maarek이 진행하는 (Big) Usage Data in Web Search에 들어갔다. 강의 중에 농담하고 또 편하게 질문을 하는 분위기였고, 중간에 잠깐 소개한 플리커의 사진 데이터를 이용해서 여행 경로를 제안해주는 연구가 흥미로웠다. 오후에는 Large-Scale Graph Mining and Learning for Information Retrieval를 들었는데, 강의자에 따라서 분위기는 제각각인 것 같다.

이날 저녁에는 환영 리셉션을 열어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참 쓸쓸한 3일이 되겠구나 걱정을 했다.

8월 13일 월요일

공식적으로 학회가 시작하는 날이다. 컨퍼런스 측에서 아침 7시부터 부페를 열고, 처음 온 사람들끼리 친해지라고 Newcomer’s breakfast라는 이름의 자리를 따로 마련해줬다. 낯선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말 걸고 인사하며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일행하고만 조용히 밥만 먹는 사람도 있다. 그 와중에도 주위를 살피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는데, 외국에만 가면 한국인 감지 센서가 기가 막히게 잘 동작한다. 자원봉사자이자 Social-Network Analysis Using Topic Models 논문 저자로 참석한 유학생 차영철님을 바로 이때 만났다. UCLA 조정후 교수님 연구실에서 공부 중이라고 하셨다.

반갑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9시가 되어 개회식을 보러 갔다. 2012년에는 SIGIR에서 3년에 한 번씩 주는 Salton Award 수상자의 발표가 있었다. 수상자 Nobert Fuhr 교수는 Information Retrieval as Engineering Science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고, 요약 내용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어떤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험해보니 효과가 있었다는 식의 연구가 많은데, “왜?” 라는 질문에 대답을 줄 수 있는 이론적인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슬며시 웃으며 DB is a special case of IR이라고 농담을 던졌을 때 거기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웃던 장면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인 논문 발표가 시작되었다. 분야에 따라 세션이 나누어져 있고, 각 세션에서 3개씩 논문을 발표한다. 미리 점찍어놓은 논문 발표를 들으며 돌아다니다가 현재 트위터에서 일하고 계신 류호현님을 만났다. (역시 안테나…) 영철님과 함께, 미국에 있는 동안 참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첫날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녁 6시부터 포스터와 데모 세션이 시작되었다. 포스터는 아직 논문 출판할 정도로 완성되지는 않은 연구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많이 쓴다. 그런 까닭에, 연구를 더 발전시켜서 다른 데 논문으로 게재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저자가 계속 유지한다.

거대한 방 2곳에 포스터가 줄줄이 붙었고, 그 앞에 저자들이 서 있다. 복도에는 식사가 부페로, 그리고 와인이랑 맥주가 제공된다. 사람들은 접시에 음식을 떠서 들고다니면서 알콜도 한 잔 하면서 포스터를 구경한다. 궁금하면 질문도 하고,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잡담도 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거기서 관심 분야가 비슷해서 논문으로만 봐왔던 연구자가 포스터 설명 중인 걸 봤다. 다가가서 그동안 궁금하던 질문도 하고 기념 사진(…)도 찍었는데, 나중에 워크샵에서 그 분을 또 마주쳤다. 또 다른 한국사람들도 만났는데, 서울에서 홀로 Exploiting Paths for Entity Search in RDF Graphs를 발표하러 온 강민석님도 그중 한 명이었다.

8월 14일 화요일

어제 Salton Award Talk 때문에 연기되었던 키노트가 셋째날 아침에 있었다. 낮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논문 발표가 계속되는데, 한 가지 차이는 패널 토의가 있다는 점. Salton Award를 받은 Nobert Fuhr를 비롯해서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서, Proprietary Data(소유권이 있는 데이터)의 사용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각자 의견을 내놓았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는 아니었으나 학교에서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가 탐날 수밖에 없고, 또 그런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채 이를 활용한 연구만 나오면 검증하기 어렵다는 얘기에 공감이 갔다.

이날 저녁에 Banquet이 있었다. 여기서 맛있는 걸 많이 준다. 트레이드 센터에서 열렸는데, 가는 길과 부페장에서 그동안 학회장에서 알게 된 한국분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교수님과 대학원생, 또 유학생을 적잖이 만났다. 2011년 SIGIR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아.. 블로그로만 보았던 김진영님과도 인사할 기회가 있었다.

8월 15일 수요일

마지막 날에는 논문 발표 외에도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네 작업을 소개하는 Industry Track이 있다. IBM의 왓슨, 링크드인의 관련 검색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개인화 관련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Susan Dumais와 Yandex의 연구자가 발표했다. 또, PLSA를 만든 Thomas Hoffman은 자동 요약(Summarization)과 관련된 연구를 소개했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모두 관심있는 주제라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했다. 아래는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 찍은 슬라이드 사진 2잠.

점심 때 도시락을 준다고 해서 Business Meeting에 가보니, SIGIR 학회 예산 집행이나 차후년도 장소 등을 발표하고 있었다. 2013년은 아일랜드에서 열리는데 기네스 맥주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오라고 꼬셨고, 2014년 호주는 오페라 하우스와 해변 사진으로 감탄사를 자아냈다. 2015년은 칠레라고 했다. 매년 이런 곳을 돌아다니면서 학회에 참석하고 관광도 하는 삶을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해서 3일 간의 컨퍼런스는 끝났다. 하지만, 모두가 집에 가는 것은 아니다. 다음날 워크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8월 16일 목요일

워크샵은 논문 발표보다는 약간 덜 공식적인 분위기에서, 특정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끼리 모여서 발표하고 질답 및 토론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나는 평소 관심에 따라서 Time-aware Information Access에 들어갔는데, 정말 영어 못하는 게 그렇게 한이 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한국어 하듯이 그 사람들의 얘기를 알아듣고, 또 손들고 발표는 못하겠지만 테이블 옆에 앉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었다면… 하지만, 미국에서 돌아온 지 6개월 넘는 동안 영어 공부라고는 손에도 안 댔으니 그 느낌은 역시 순간의 아쉬움 뿐이었나 보다.

며칠 동안 학회를 참석하고 남은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나도 끼워줘”라고 할 수 있겠다. 구글, 야후, 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 세계에 우리도 이런 것을 하고 있다며 끼어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직 포스터에 불과하긴 하지만- 2013년 월드와이드웹 컨퍼런스에 제출한 포스터가 게재 승인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