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즐거움: 수식 없이 수학의 재미를

by SL

『동시성의 과학, 싱크』를 쓴 스티븐 스트로가츠 교수의 신작 『x의 즐거움』이 번역되어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았다고 하는데,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수학의 주요한 개념이 갖는 “의미”를 최대한 쉽게 전달하고 있다. 일단 수식이 별로 없다. 대신,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하학적 증명으로 무릎을 치게 하거나, 이론적 개념과 현실의 접점을 예시를 통해 보여줘서 뭔가가 연결되며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가령 2장 “돌멩이 집단”을 보면, 1부터 연속된 홀수를 모두 더 하면 완전제곱수가 된다는 사실(1+3= 4 = 22, 1+3+5 = 9 = 33, …)이 자명함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또, 기하학으로 2차 방정식의 해를 찾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는데, 공간적인 사고가 잘 안 돼서 언어나 수식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는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챕터는 19장 “e에 관한 모든 것”이다. 저자는 e값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율이 100%인 예금에 돈을 1 만큼 맡기면 1년 후 내가 받는 금액은 2이다. 만약 6개월마다 50%를 복리로 준다면, 11.51.5 = 2.25다. 이걸 다시 3개월마다 25%로 기간을 줄일 수 있고, 그렇게 계속 쪼개서 이자를 주는 시간 단위가 무한히 작아졌을 때, 내가 1년 후 받을 수 있는 액수가 바로 e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 의미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위에서 e의 값을 낳은 과정에서 우리는 1년을 점점 더 짧은 간격으로 쪼갠다고 상상했다. 그 시간 간격은 점점 더 얇아져 결국에는 무한히 얇은 시간 간격이 무한히 많이 존재하는 상황에 가까워졌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자를 복리로 지급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각각의 기간에 증가하는 이자가 더 줄어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래도 1년이 지나면 상당히 많은 액수가 되는데, 거기에다 곱하는 기간의 수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e가 도처에서 발견되는 이유에 단서를 제공한다. e는 미소한 사건들이 많이 모인 누적 효과를 통해 어떤 것이 변할 때 자주 나타난다., 189p

그리고는 지수함수적으로 붕괴하는 방사능과 기하학적으로 증가하는 세계 인구가 예시로 뒤따른다. (마음 속에서는 ‘오! 그런 건가’ 하면서도 아직 긴가민가하는 그런 느낌)

무한의 크기를 비교하는 칸토어의 이론을 설명하는 “힐베르트 호텔”도 무척 흥미롭다. 어떤 무한집합은 다른 무한집합보다 더 크다는 것인데, 유리수의 집합은 자연수의 집합과 크기가 같지만, 실수의 집합은 이들보다 더 크다. 무한 개의 방을 가진 가상의 호텔에 들이닥친 무한 명의 손님에게 객실을 내주는 문제로 설명하는 방식도 재미있고, 절대로 논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수학 분야에도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 당시 칸토어의 이론은 단지 저항을 촉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당대 최고 수학자 중 한 명이던 앙리 푸앵카레는 칸토어의 이론을 치유해야 할 ‘병’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역시 당대의 거장 중 한 명이던 다비트 힐베르트는 칸토어의 이론을 영속적인 기여로 보았고, 훗날 “아무도 우리는 칸토어가 만든 낙원에서 추방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298p

위에서 인용한 구절을 보면 책 내용이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파악이 되리라 본다. 구성 면에서 보면, 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엮은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 대신 독립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을 읽다보면, 뭔가 좀 알 만하다 싶으면 끝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는 아쉬움이 있다. 정작 더 깊이 많이 설명하면 지루하거나 어렵다고 볼멘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수학을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수학에서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나같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참, 김민형 교수의 추천사도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자.

노란 형광펜

  • 논리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수학은 항상 발명과 발견을 모두 포함한다. 우리는 개념을 발명하지만, 그 결과는 발견한다. 이어지는 장들에서 보게 되겠지만, 수학에서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우리가 던지는 질문 –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지, 우리를 기다리는 답에 있는 것이 아니다., 25p
  • 여러분은 이 주제들에 관한 세부 사실들을 어떻게 다 이해할지 걱정하는 대신에, 가장 아름답고 중요하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난 개념들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는 호사를 즐길 수 있다., 70p (호사!)
  • 따라서 i를 곱하면, 반시계 방향으로 90도만큼 회전시킨 결과가가 된다. 즉, 다음 페이지의 그림처럼 동쪽을 향하던 길이 3의 화살표가 북쪽을 향한 같은 길이의 화살표로 바뀐다. 전기공학자들은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복소수를 조항한다. 교류와 전압, 전기장과 자기장을 다룰 때에도 90도 회전을 이렇게 간편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아주 편리한데, 이런 것들은 위상이 1/4사이클 어긋나는 진동이나 파동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략) 90도 회전 성질은 i*i = -1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81 ~ 82p (다음에 공부하다가 허수가 나오면, 이런 측면에서 수식을 이해해봐야겠다.)
  •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이 이야기는 나름의 교훈을 준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수학을 하는 방법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걷어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순진하게 정의를 하고, 그것을 돌게 새겨놓은 뒤, 거기서 나오는 정리들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수학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너무 수동적인 방법이다. 상황을 지배하는 주인공은 우리이며, 우리 마음대로 정의를 바꿀 수 있다. 특히 약간 수정함으로써 정리를 훨씬 깔끔하게 만들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245 ~ 246p (1이 소수가 아닌 이유를 설명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