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관리자를 위한 시간관리 전략: 꼭 시스템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by SL

질문: 시스템 관리자의, 시스템 관리자에 의한, 시스템 관리자를 위한 시간관리 책이 과연 비-시스템 관리자에게도 도움이 될까? 그것도 무려 8년 전에 출판된 책이?

답변: 될 수도 있다, 이미 다른 곳에서 비슷한 내용을 접하지 않았다면. 구체적인 기법과 전술은 달라질 수 있어도, 바탕이 되는 원리와 원칙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질문: 그런데 왜 시스템 관리자일까?

답변: 저자가 말하는 시스템 관리자의 특성은 1) 전문적이고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지만 2) 상시 인터럽트에 시달린다. 3) 대신 다른 직업 종사자에 비해 IT 기술에 익숙하다는 강점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현직 시스템 관리자인 저자가 시간관리의 일반론을 이런 직업 성격에 맞춰 특화한 결과물을 소개한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시스템 관리자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스템 관리자는 하나의 생활양식이다. 우리의 생활양식을 대상으로 하여 우리말로 쓰여져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시간관리 서적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 -설사 그 직업이 시스템 관리자라 하더라도- 저자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각각의 방법을 만들게 된 이유와 저자의 통찰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자기만의 시간관리 전략을 만드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내가 책에서 발견한 기본 원칙은 일상 속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가장 큰 낭비는 바로 두뇌, 지력의 낭비다. 제한된 두뇌 자원을 할일목록 따위를 기억하는데 쓰기는 너무 아깝다. 또, 비슷비슷한 고민을 반복하는 것도 아깝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모든 일을 다이어리에 기록함으로써 잡다한 기억을 아웃소싱하며, 반복되는 일은 습관으로 자동화한다. 저자가 이를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적인데,

나는 한 번 분석해두고 그것을 매일 재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난 해석형 언어가 아닌 컴파일 언어처럼 될 필요성이 있었다. 결정을 미리 컴파일 해두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반복되는 선택의 순간에 고민하느라 시간/에너지를 버리지 말고, 미리 결정해서 루틴(Routine)으로 만든 뒤 일상에서는 그냥 습관처럼 실행하라는 얘기다. 지금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까 말까, 약속을 다이어리에 적어둘까 말까, 오늘 업무 계획을 세울까 말까 등등. (정해진 요일에 무조건 기름을 넣고, 사소한 약속이라도 무조건 다이어리에 기록하며,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부터 세운다.)

잊고 있었던 계획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지 않을 이유는 많다. 하는 일의 특성상 소요시간을 추정하기 힘들다거나, 인터럽트가 자주 발생해서 하루 생활이 예측 불가능하다거나.

그럼에도 계획은 세워야 한다. 만들어진 계획 그 자체보다 그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더 가치가 있다. 계획을 짜는 동안 충돌하는 일들 간의 우선순위를 판단해놓으면, 실제로 일을 하는 동안에는 ‘다음에 뭐할까’,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고’ 따위의 고민없이 정해진대로 루틴을 따를 수 있다.

또한, 오늘이 끝났을 때 완료되었을 모습을 상상하게 되어, 퇴근 시간에 느낄 허무함을 줄어들도록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주기를 하루에서 한 달, 1년, 5년으로 확장하면 그게 장기 계획이 된다. 장기 계획을 주기적으로 리뷰하고 갱신하는 일을 습관으로 만들면, 계획과 현실이 따로 노는 걸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기준, 업무 위임의 기술, 스트레스 해소법 등에 대한 조언이 많이 있다. 꼭 시스템 관리자나 IT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시간관리 방법을 찾는, 좀더 효과적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할 만한 책이다.

노란 형광펜

  • 인터넷을 고안해낸 사람들은 기발했다. 그들은 완벽하게 연결되는 통신이 밑받침되기를 기다린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불완전 요소들을 그럭저럭 극복할 수 있는 프로토콜들을 개발했다. from 서문
  •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런 목표에 다다르는 단계별 실행 계획을 수립한 다음, 이렇게 만들어진 단계를 하나하나 실행해가는 논리적 과정을 밟지 않는다. 원하는 일들이 아무 노력 없이 ‘그냥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170p
  • 성공적인 휴가를 보내면 여러분의 관심이 업무에서 벗어나므로 긴장을 풀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완전한 기분전환 모드에 돌입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에 대해 잊으려면 며칠은 걸린다. 그렇게 되고 나서야 신체는 자연회복이 가능해진다., 211p
  • 이러한 대화들에 대해 항상 의식하고 있자. 짤막한 토론에서 시간낭비 요인으로 돌변하는 시점을 감지하고 그 대화에서 빠지는 데 익숙해지자., 239p
  • 나는 당장 방송 중인 프로들 중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을 억지로 만족하며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TV를 볼 시간이 있을 때 정말 원하는 프로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244p
  • 그럼 그렇게 해서 생긴 여가 시간을 활용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제발 그 여가를 낭비하지는 말자. (중략) 내가 맨 처음 시간관리 기법들을 내 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을 때, 난 모든 여가 시간을 당시 빠져있던 유즈넷 읽기에 소비해 버렸다. 그 당시 RSS 피드, 블로그, 웹사이트를 읽느라 허비한 시간도 그 정도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을 더 많은 시간낭비 요인들로 채우는 데 새로 생겨난 여가 시간을 사용하지 말길 바란다., 322p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