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의 경쟁: 사회적인 해결책은?

by SL

미래에는 인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농담처럼 하고,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받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부분적으로 이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기계와의 경쟁 (원제 Race Against the Machine)』을 보면, 똑똑한 기계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경제 문제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몰라도, 무인자동차나 IBM 왓슨, 체스, 스포츠 기사 자동 작성 등 이쪽 기술의 발전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저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에는 이미 동감했고,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뭔지 궁금했다. (진로나 경력을 설계하는 사람 중에 이 책이 던지는 화두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반드시 알아보길 권한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관련된 글이 많다.)

저자들의 해법

저자들의 제안은, 단순하게 얘기해서 기계와 팀을 이뤄 경쟁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에 없던 것을 시도하는 창의적인 기업가에게는 큰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웹사이트나 스마트폰앱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쉬워졌고, 3D 프린터를 쓰면 하드웨어 제작비용을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기계가 더 능숙한 분야는 기계에 아웃소싱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협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인간비, 시간)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고 주문한다. 제도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창업을 장려하고 규제를 풀어서 이를 지원하라는 제안도 물론 포함됐다.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이 있다. 기계로 향상된 생산성 덕분에 -과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포기해야 했던- 문제가 해결된다면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여기에 더해서, 저자들이 얘기하지 않은 혹은 간과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적어본다.

승자 독식과 재분배 문제

일자리를 잃은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재교육을 받고 이번에는 기계와 함께 다시 경기장에 나섰다고 해보자. 이들 중에서 몇 명이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수십만 개의 게임, 스마트폰앱은 나름대로 문제 의식과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했을 것이나, 시장에서 선택받아 인기를 끄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비유하자면 100명에게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상위 10명에게만 포상을 몰아주고 나머지 90명에게는 “참가비”조차 주지 않는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에게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졌으니 아무런 문제 없는 걸까?

경쟁은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지만, 구조적으로 패배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실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창의적인 도전, 혁신을 강조하는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재분배는 불평등에 따른 물질적 비용을 개선할 수는 있어도,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 재분배 그 자체로는 미고용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 일을 한다는 것은 재분배를 통해 받게 되는 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것은 인간이 무언가 유용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회 심리적 가치이다., 130p

재분배는 단순히 물질적 비용을 개선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위험하기 그지없지만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한 혁신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계속 꼴찌만 하던 친구가 실패한 아이디어를 더 깊게 파고들어서 결국 해결을 했더니 1~10등 친구들의 합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더라 하는 게 혁신의 속성 아닌가?

앞으로는 그 누구라도 어떤 “파괴적 혁신”에 의해 하루아침에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잃고 “똑똑한 기계적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꾸준하게 배우고 노력해야지”라고 닥달하는 것은 반쪽짜리 해결책이다. “그렇게 되더라도 삶의 질은 우리가 책임져줄게. 불안해하지 말고 마음껏 도전해”라는 안전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동화 덕분에 향상된 생산성은 이런 실패의 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여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계와 함께 시합에 참여하라는 주장에는 어쨌거나 기계보다 인간이 더 잘하는 분야가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확실히, 상식적인 추론(Commonsense Reasoning)을 한다거나 직관에 기반해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하고 문학 작품을 쓰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의 사람들이 그렇게 인간 고유의 능력을 자랑하며 우쭐거리는 동안 다른 일부의 사람들은 묵묵히 그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노력은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가 탄생하는, 그래서 인간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다. 기계와의 협력은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지만 그 동거는 매우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이 생산성에서 기계를 따라갈 수 없을 때, 또 지능적인 능력에서 인간과 기계가 동등해졌을 때를 위한 사회, 특히 경제 제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관련하여 읽은 글 중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있어서 링크한다.

정말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것이라면, 인간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고 공평을 추구하는 것, 즉 인간에 대한 편애다. from 정말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것들